|
by 뮤탄트 카테고리
최근 등록된 덧글
ㅎㅎㅎ 좋습니다. 올해가..
by 뮤탄트 at 17:53 뮤탄트님 블로그 보면 .. by 쟁가 at 16:10 아래 위로 다섯 살 까지는.. by 뮤탄트 at 01:19 글구 보니 쟁가님과 뮤.. by 아큐라 at 10/12 저도 그 냄새나는 소파에.. by 쟁가 at 10/12 흠....힘내세요 아큐라.. by 뮤탄트 at 10/04 소녀들을 보면 마음이 .. by 뮤탄트 at 10/04 순간 울컥하네요. 띠발 .. by 아큐라 at 10/02 저 역시 저 오답의 시행.. by 뮤탄트 at 09/30 변화구가 오건 말건 홈런.. by 뮤탄트 at 09/30 최근 등록된 트랙백
이글루 파인더
|
그러니까 프라모델과 이보희에 몰두하고 있던 시절, 처음으로 이성복 시집을 읽고 정신적인 공황상태에 빠져 있던 늦되고 귀여운 소년이었던 시절에, '나는야 열등생' 하고 커밍아웃하고는 바이오 리듬에 따라 학교를 마구마구 빼먹던 나는 학교를 땡땡이 치고 돌아다닐 때면 도어스와 메탈리카와 애니멀스와 레드제플린을 열심히 듣고 또 들었다.
당시에 유행(?)하던 검은 바탕에 노란 글씨로 메탈리카라고 단순명료하게 프린트 되어 있는 반소매 티를 입고는 워크맨 하나 달랑 차고 당당하게 학교를 빼먹고 볕 좋은 곳을 골라 걸여가며 듣던 당시의 영향 덕분에 나에게 도어스, 메탈리카, 애니멀스, 레드 제플린은 세상의 열등생들을 위한 피서지 같은 느낌이다. 대충 '국영수는 다 개똥이야. 가는 거야. 가는 거야' 하고 울부짖는다고나 할까. 사실, 말이 쉽지 나는야 열등생, 하고 커밍아웃을 하거나 말거나 선생이나 부모들은 묶고 조이고 기름쳐서 학교와 책상 앞에 귀여운 소년을 제물처럼 바칠 생각 뿐이다. 선생이나 부모에게는 열등생으로 똑바로 살아가기 같은 매뉴얼은 준비돼 있지 않으므로 다만 당황스러울 뿐이었던 거다. 사실 그들이 알고 있는 인생의 경험, 상상력이란 것도 볼품없기 그지 없는지라 '학생이 아닌' 소년에게 어떤 생이 기다리는지 그동안 살면서 무조건 암기하고 세뇌당하고 협박당한 내용 이외에는 가르쳐 줄 것이 없었던 것이다. 한번은 늦되고 귀여운 '열등생'이었던 내가 어쩌다 좋아하던 여선생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들은 대답이 '검정고시 학원에 다녀야 하지 않겠느냐'는 뜬금없는 것이었는데, 그 대답의 볼품없음과 초라함이라니.... '당신들은 정말 하나같이 볼품없고 불쌍한 사람들이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그 여선생의 남편도 자리에 있었던지라 꾹 참고 뛰쳐나와 볕을 골라 걸어가며 도어스를 들었다. 요즘이야 시간이 남는 나른한 오후나 회사를 땡땡이 친 날이면 커티스 메이필드나 제임스 브라운을 가장 많이 애용하는데, 열등생의 오후를 따듯하게 덥혀주던 볕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터덜터덜 움직이는 지하철 안에서 각자 각오와 계획과 혹은 피로에 젖은 사람들의 젖은 수건 같은 표정. 어디 볕에 가서 말려주고 싶다. 제길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