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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비전을 없앴다. 아니, 수신용 거시기를 없앴다. 그래서, 다운 받아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게 훨 낫다. 하루가 무척이나 길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결정적으로, 티브이를 없앤 후에 나는 집안일을 조금 더 많이 한다.
* 선택권, 옵션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없는 이상, 그것은 부자유가 좀 더 세밀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계급도 마찬가지다. 계급 내 분화가 심해진다는 이야기는 계급이 점점 더 고착되고 있다는 뜻도 된다.
*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몸무게가 90킬로에 육박하니, 운동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시즌 3쯤 되겠다. 비대해진 몸으로 운동을 하자니, 손목과 팔다리가 아주 부들부들 떤다. 원래 하던 갯수를 도저히 못채우고, 그냥 세트수만 대충 맞췄다. 근육들이 아주, 비명을 지른다. 나는 그게 아주 좋다. 마음에 든다. 머랄까, '관뚜껑을 밀어올리는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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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나는 소위 아주 '나이스'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다. '나이스' 한 사람들이 뇌물도 잘 먹고, 뒷탈도 잘 안일으키고, 성공하고, 술도 잘 마시고, 골프도 잘 치고, 매너도 좋고.......언론으로써의 mbc가 어떤 당파성을 가진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조선일보에서 '나이스'한 사람은, mbc에서도 '나이스'하다고 평가받는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무데나 당파성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양아치'라는 말을 듣는 것을 다들 왜 그렇게 불쾌해 하는지 모르겠다. 이 땅에서 나이스하고 매너 좋은 사람과 양아치 사이에는 아무런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그래서 내 기분이 정말 그지 같은 것이다.
* 요즘 다시 스타크래프트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우연히 책상 옆에 이오덕 아저씨 책이 나와 있길래, 잠시 읽었다. 그 순간 눈을 들어 배틀넷에 들어가서 방제를 보니, 가관이다. 젭라초보, 왕초보, 초보아님 강퇴, 헌터는 센터다..ㅋㅋㅋㅋ...이오덕 아저씨는 틀렸다. 식민지 시대에 들어온 말, 설사 그것이 정치적인 억압을 통해 유입된 말이라고 할지라도, '올바르지 않은' 단어는 없다. 다만, 그 언어가 혹은 그 체계가 어떤 내러티브를 거쳐 현재와 같이 정착한 것인지 말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그 역사를 근거로 들어 말을 고쳐야 한다거나, 등등....이 무슨 위생학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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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루한 지점 가운데 하나가, 뭔가 강렬한 원체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증상의 격렬함이 원체험의 격렬함으로 곧바로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를 읽고 있는데, 안나 O의 사례를 읽는 내내, 이 모든 증상의 결정적인 원인, 단 하나의 원체험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통해 문장을 읽어내려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출발과 끝, 원체험에 해당하는 외상과 증상, 이건 다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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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개발서의 목적은 무엇일까. 정말로 자신의 능력치를 높이자는 슬로건일까. 아니다. 자기 개발서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은, 삶의 우발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우발성을 극단적으로 낮춰서, 반대로 말하면 자신의 삶을 완전히 관리 가능한 지점까지 이끌어 우연이나, 돌발로부터 생을 격리시키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같은 태도는 히스테리나, 강박증자의 그것과 꼭 닮아 있다. 자신의 욕망을 타자의 욕망에 완전히 순치시키자는 이야기. 자기 개발서에 함몰된 이들은 자기개발서의 슬로건을 따라, 지금 자신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거나, 강화시킨다고 오해하지만, 그 증상이 정확하게 가리키는 것은 주체가 주체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을 강화시키는 데 몰두한다는 것 이외의 다른 뜻이 될 수 없다.
우발성과 우연을 우리의 삶으로부터 완전히 제거하게 되면, 결국 외상적 주체가 어김없이 충동을 통해 자아의 자리를 완전히 잠식하는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삶이, 상징적 질서가 완전히 무너지거나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반복하는.....나는 나를 몰아내고 난 자리에서야, 겨우 나로 표시될 수 있을 뿐인....나에게 내가 완전히 호환 가능한 존재가 되는.... 아니, 나의 호환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자기 개발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나는 누구도 될 수 있지만, 결코 '나'는 될 수 없는.
* 소위 요즘 불고 있는 ceo들의 인문학 공부 어쩌구...를 목도하고 있노라면, 자본주의가 자본주의 바깥을, 혹은 그 예외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엇을, 자본주의 안으로 불러들여 게토화시키기 시작했다는 생각을 한다. 자본주의, 혹은 자본주의적 전체를 아직 우리가 이름붙일 수 있는 것은 아직 그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게토화가 끝나면 자본주의는 완전히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아니, 자본주의가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시도가 정말 가능한 일일까. 이 무시무시한 기획의 끝은 무엇일까.
* 욕 좀 하지 말자. 사무실에서 일하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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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에 조선소가 있는데, 그곳의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처음엔 80명, 그 다음엔 명퇴, 그 다음엔 대량해고, 시위가 있고, 고발 당하고 그리고, 그곳에는 바다가 보이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중이다. 한국의 조선소들이 너무 싼 값에 배를 만들고, 수주하기 때문이란다. 물론, 사측의 변명이기도 하겠지만...
* 겨울이었는데, 기름 넣을 돈도 없고, 쌀도 없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켰다. 무지막지한 16비트인지, 32비트 컴퓨터였다. 본체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와서, 나와 나의 친구 두 명은 술을 먹으면서 컴퓨터 뒤꽁무니에 옹기종기 모였다. 먹을 것도 없어서, 짜파게티를 여섯 개 끓여 먹었다. 근데, 도저히 다 못먹겠어서 반쯤 남겼고, 다음날 꽝꽝 얼어붙은 그것을 데워 먹다가, 이게 뭔가 싶어서 그냥 버렸다.
* 나는 나를 구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나를 지지하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런데, 그렇다면 나를 지지하고 도와줄 사람은 누가 돕나? 나, 혹은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돕는다. 나는 나 혹은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돕거나, 지지한다.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모든 정치적 판단을 가로막는다.
* 아무튼 그 창고 같은 집에 애인이 찾아와서 스프를 끓여준다는 거였다. 그래서 우유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나는 좀 달달하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딸기 우유를 사왔다. 무지막지하게 욕먹었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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